“시민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행동해야할 때”
“시민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행동해야할 때”
  • 한성욱 기자
  • 승인 2016.03.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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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 미ㆍ일 군사 동맹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한·미 동맹이 전통적인 관계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새로운 국면이다.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서태평양 즉 동북아시아에서 질서를 재편해 중심이 되려 하고, 일본은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과 필리핀, 호주 등을 아우르는 동북아시아판 나토(NATO)를 만들고 있다. 이는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런 국면에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면 이후 한반도 통일과 평화에도 자체적인 수단을 얻지 못하게 된다. 매우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맺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용납될 수 없는 일임에도 사실상 그런 관계로 가고 있다.

그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의 동의도 없이 협정도 아닌 매우 애매한 형식으로 밀어 붙이는 한편, 향후 거론하지 않겠다는 불가협정까지 맺어버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장래 한·일 관계를 망치게 될 것이다. 위안부 과거사 문제가 마치 미래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라도 되는 양 없었던 일인 것처럼 치부해버린 것이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군사행보를 우리가 돕는 역할을 하는,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다.

 

 

- 미ㆍ중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가 선택해야 할 자가 무엇이라고 보나.

▲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미ㆍ중 군사적 헤게모니 대결이 강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와도 다자외교를 구사해야 한다. 한ㆍ미 동맹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한ㆍ중 관계도 중시해야 한다. 한국은 또한 6자회담에서 이들 국가들과 동북아 안보대화 등을 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ㆍ미와 남북한 간에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한ㆍ미ㆍ중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간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해 별도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밖에 궁극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협력안보를 위한 대화체계로 다자간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북ㆍ미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나.

▲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간의 북·미 관계를 보면, 누가 약속을 위반했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어긴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약속을 깨고 합의를 위반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제네바 합의 이후에 서로 약속을 지킬지 말지 탐색하면서 시간만 끈 것 등이 그렇다.

그러다가 합의를 해서는 서로 잘해 보자, 진짜 서로 약속을 지켜보자, 북ㆍ미 관계도 개선해보자고 했지만, 부시행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또 깨버렸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건 없건 미국은 북한이 악의 축이며 깡패국가이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게 부시 독트린이다. 국제사회에는 미국이 먼저 합의를 깼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 2003년 2차 북핵문제가 생겼을 때 사실 미국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들이 먼저 합의를 깼기 때문이다.

그 후 6자회담을 열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9.19 합의문을 만들었다. 그런데 합의가 되자마자, 미국이 ‘방코 델타 아시아(Banco Delta Asia)’를 통해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미국은 이를 두고 핵과 상관없이 북한의 돈세탁 때문이라고 했지만, 당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합의를 방해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것이 1차 핵실험의 촉발제가 되었다. 물론 북한도 핵폭탄에 대한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합의가 깨지기를 기다려서 핵개발을 하겠다고 단정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한국도 그다지 신사적이지만은 않았다. 자꾸 빌미를 주어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하고 포괄적인 대화가 절실하다. 제재만으로 핵을 포기한다면 하겠지만, 제재할수록 북한은 핵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와 트럼프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가.

▲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늘 실수를 번복하거나 아니면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취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 과거 클린턴이 집권하면서 대북정책에 혼선을 빚었다. 북한이 스스로 망할 것이라고 방치하며 북한과의 약속이행을 주저했다. 부시도 북한정권이 곧 붕괴한다고 봤다. 북ㆍ미 합의는 지킬 필요 없다는 식이었다. 오바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집권초기에 북한이 붕괴한다는 보고서를 받고 이란과 쿠바에 대해선 평화 제스처를 쓰면서도 북한은 홀대해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차기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이 되던 공화당이 되던 확인이 안 된 정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힐러리는 과거 국무부장관 시절 강경책을 썼던, 강온정책을 썼던 지속적으로 북핵문제를 다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화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도 이제 국력이 있는 나라인 만큼 자주적으로 외교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가 주인이다. 북한 문제를 외국에 가서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힘을 모아 해결하는 자세를 갖고 해결의 키를 쥐어야 한다.

 

 

 

 

- 1994년 참여연대가 만들어졌다. 20년을 훌쩍 넘어섰는데, 그동안 지켜봐온 한국사회의 미래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 내년이면 민주화 30년이 된다. 이른바 87년 체제다. 한 세대를 지났다. 일단 시민 인권 측면에서 볼 때, 과거에 비하면 표현의 자유나 여러 면에서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나 여론통제 장치도 고도화 되었다. 언론장악이나 이번 테러방지법을 만들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망이라든가 시민감시성도 함께 진화해 왔다고 본다.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국민사찰 문제로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상황 등을 보면 긍정적으로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또한 우려하던 디스토피아(Distopia: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가상사회를 가리키는 말. 이 사회는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세대의 미래는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론 시민의 경제적 삶도 GNP나 GDP(국내총생산)면에선 1987년 당시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늘었다. 그러나 오히려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그에 따른 신 빈곤층도 증가했다.

 

 

- 향후 활동계획은.

▲ 20년 동안 참여연대에서 해온 일이지만, 얼마 안 있으면 총선이다. 권력이 시민에 의해 좀 더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이 시민권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시민 견제력을 키워야 한다. 시민 행동이 확대되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또 우리 사회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주거비, 고령화, 일자리창출 등 면에서 개혁을 이뤄내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개혁을 이뤄 복지로 전환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적 문제와 뇌관을 제거하고 복지시스템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 세금문제도 걸림돌이다. 월 소득 5000~6000만 원 받는 사람이 세금은 쥐꼬리만큼 낸다. 반면 담배 한 갑 세금이 10억 부동산을 가진 사람의 세율과 같다면 믿겠는가. 이런 것도 조정해야 한다. 공평과세를 위한 복지재원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의 국회는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못되어 안타깝다. 위기에 빠진 경제가 나아질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국정교과서 등 잇따른 문제로 한국사회가 후퇴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참여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의 민주화와 사회적 권리를 위해서도 그런 다짐들이 다시 환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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