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이데올로기 선전도구 악용 우려 국정화, 영구집권 위한 것”
“정권 이데올로기 선전도구 악용 우려 국정화, 영구집권 위한 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8.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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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1회

 

2015년 10월 12일. 이 날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이 결정된 날이다.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일방적인 강행, 형식적인 여론수렴. 반발이 거셌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1월 3일 국정화 확정고시는 강행됐다. 행정예고 기간인 20일 동안 국민의견 분석절차도 없이 당초 예정일인 11월 5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겨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런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맞서 역사학계와 시민사회가 나서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범국민 서명운동, 시민과 학생이 함께하는 거리 역사 강좌를 벌이는 등 다방면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온 힘을 쏟아왔다. 그 중심에 한상권 대표가 있다.

 

▲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

 

한상권 대표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의 발단은 2013년 정부의 비호를 받고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교과서 채택률이 0%에 머물자 공황상태가 된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로의 회귀방안을 모색한 것”이라며 “정권 입맛에 맞는 친일 독재미화 교과서 보급이 실패하자 국가권력을 동원해 아예 국정제로 전환하려는 무모한 발상을 한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한다.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가 획일적으로 역사해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UN이 정한 역사교육 지침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주권재민원칙에도 맞지 않고 민주시민 양성 저지와 헌법부정, 정신적 자유권 침해의 요소가 많다. 이는 영구집권을 위해 역사교육을 독점하려는 것이며,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의 국격에도 일치하지 않는다.”

한 대표는 온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촛불집회와 천막농성, 홍보동영상 제작, 국민청원운동, 헌법소원 등 정부의 국정화 방침 저지를 위해 다방면으로 온 힘을 쏟고 있다. 1998년 월봉저작상을 수상한 한 대표는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해 12월 2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국정화가 학문 자유와 다양한 역사해석 등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헌법이 보장한 학문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또한 헌법 31조 4항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992년에 중등학교 국어교과서 국정제 발행에 대해서 이미 판시한 예가 있다. 국정교과서 제도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것은 국정제보다 검정제를, 검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가 헌법정신에 더 부합하다는 게 이 결정문의 핵심이다. 특히 지금의 국사, 곧 한국사의 경우도 다양한 학설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음을 예시하는 것이다. 역사 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를 어떠한 근거도 없이 좌편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학문과 사상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다.

 

 

 

▲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에서 펴낸 '거리에서 국정화를 묻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다른 교과서에 비해 위헌성이 큰 이유가 무엇인가.

▲ 국정교과서가 학생과 교사 등에게 미치는 영향은 교과별로 다를 수 있고, 교과의 구체적 특성에 따라 위헌성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정교과서가 가진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첫째가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과 모순되거나 역행할 수 있고,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이 활성화되지 않고 저해 또는 둔화될 우려가 있다지만, 그 악영향이 역사교과서에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되면 경직화된 역사사고에 머물게 되고 역사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둘째, 정권 이데올로기의 선전도구나 정당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당성과 치적강조와 정부 지배하에 있는 교육부와 국정교과서 집필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정부가 원하는 교과서를 만들게 된다. 셋째, 다양한 교과서 간 경쟁을 통한 개발지체와 질 폭락이다. 검정제 부활 후, 1990년대까지 한국사 교과서 체제와 디자인, 내용구성 등 면에서 질적 발전이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역사학자 대부분이 집필을 거부하자, 정부는 역사전문가도 아니고 교과서를 집필할 만한 연구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집필진으로 구성하고, 집필진 명단마저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7년 3월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역사 국정교과서 교육을 시행하려 하지만, 집필을 위한 학계합의와 전문가 참여도 전무한데다, 현재 1년 안에 집필자 구성과 교과서를 완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교과서의 질이 크게 하락할 것이 자면하다.

 

 

 

- 분단국가라는 특수성과 국가정체성 확립을 위한 명목을 들어 국정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 남북분단 상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비극적인 6.25 동족상잔 직후에도 국정제 도입은 없었다. 지금보다 남북대립이 극심했던 1960~1970년대 초 냉전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정제는 과거 박정희 정권이 유신독재를 선포한 뒤 유신정당화로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진정 가져야 할 국가 정체성은 민주주의다. 특정 정권이 요구하는 ‘단 하나의 국가정체성’은 전체주의와 독재에나 어울린다. 민주주의 본질 중 하나가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국정제야 말로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제도다. 현재도 분단 상태인 중국과 타이완도 국정제 채택을 하지 않고 있다.

 

 

 

- 현재 검정교과서가 소위 말하는 ‘빨갱이’ 교과서인가.

▲ 이것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일 뿐, 교과서 내용과 진실이 다르다. 한국은 교과서 자율발행제 나라가 아니다. 모든 교과서는 정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심사를 통과해야 교과서로 인증되는 구조다. 그런데 교과서를 심의 통과시킨 정부가 나서서 ‘교과서가 편향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 선동하는 것이며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또한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넣으라고 요구한 것은 정부다. 2013년 교육부 지침을 보면,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 하거나 ‘주민동원 위한 정치적 수사였음을 서술하라’가 그것이다. 현재 교과서 검정주체는 정부이며, 2015교육과정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가르쳐야 할 주요 학습요소로 선정했다. 에를 들면, ‘북한의 변화와 남북 간의 평화통일’이란 소주제를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남북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탈북자’ 등을 학습요소로 삼고 있다. 현재의 모든 검정교과서에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 등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 현행 검정교과서가 오류가 많고 집필진의 대다수가 좌파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현 정권은 ‘역사 교과서 전 단원 집필진의 64%, 현대사 단원의 86%가 진보인사’라 말하면서 교과서가 편향적이라 주장한다. 검정교과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집필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절대 검정심사 통과가 어렵고 출판 이후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부의 수정명령을 받는다. 또 집필기준을 바꿀 권한도 정부가 갖고 있다. 따라서 검정교과서는 편향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학계의 통설을 따른 교과서다. 과거의 국정교과서는 일본식민지 시절을 사회주의 독립운동으로 폄하하거나 정부의 내용을 잘못 서술하는 등 오류가 수두룩했다. 현 정권의 국정교과서인 사회교과서 실험본과 최종본에는 사진설명과 사실, 시기 기술 등 오류가 많다. 2013년 8월에 검정 통과 시 727건의 오류가 발견됐고, 12월에 수정보완 할 때도 644건이었고, 2014년 1월 최종 본에도 751건이나 된다. 이런데도 웬만한 오류는 무시하고 넘어간 교과서에는 수정할 부분이 제일 많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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